보도자료Ⅰ

 

 

시절도 없이 늦은 눈발이 매서웠던 3월 하순의 오후.

지게차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술 상자가 가지런히 정리된 주류도매상을 찾았다. 우산을 접어 눈을 털고 있는데 직원 한 명이 달려와 친절하게 인사하며 우산을 받는다.
‘참 다른 분위기다 싶다’.

기울어지는 가업을 일으키려 지난 77년 주류도매업에 뛰어들어 33년을 한 길로 달려온 강신규 사장(용우상사).

그는 성공한 주류도매회사 사장으로 업계에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성실사업자로, 훨씬 더 나아가 ‘경영학 교수’로 더 알려졌다. 올 납세자의 날에는 주류도매상으로는 드물게 성실납세자로 선정돼 국세청장표창도 받았다. 장기근속 직원이 대부분이고, 직원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우리 사장님’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성실납세기업 용우상사를 찾았다.




주류도매회사 일은 힘든 일인데도 직원들 표정이 참 밝고 친절하다. 비결이 있나.
“직원 각자의 성품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굳이 갖고 있는 신념이 있다면 ‘베풀어라, (이용)당한다, 또 베풀어라’다. 이 신념을 실천하는데 게으른 적은 없었다. 어려움이 닥칠수록 더 실천하려고 한다”

쉬운 일은 아닌데.
“실제 경험으로 터득했는데 베풀다 보면 이용할 사람은 이용하고, 안 그런 사람은 남는다. 결국 사람이 남는다는 얘기다. 사업비결을 많이 묻는데 우리사업은 ‘사람 확보’가 전부다. 정말로 베풀어 보면 이자까지 쳐서 돌아온다. 신기하게도 이익을 생각하고 베풀면 절대 안돌아온다(웃음)”

사례가 있나.
“늘 있고, 너무 많다. 묘하게도 ‘저 직원은 안 되겠다’ ‘올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직원에게 베풀면 꼭 회사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지금 월매출 4억원을 올리는 영업부 ‘보배직원’도 한 때 ‘안 되겠다’ 싶어 고민했던 직원이다. 급여가 센 편이어서 업계에서 눈총도 받지만 ‘일’로 보답받는다. 기사판매원 초봉이 3100만원 수준이다”

장기근속 사원이 특히 많은데.
“외부에서 사람을 수혈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판매사원이나 기사요원으로 입사해서 성실성을 검증받으면 영업 등에 보직을 발령한다. 장기근무하면서 충분하게 검증하고, 우열을 가린다. 이 후 내부승진으로 이어진다. 물론 보직이 바뀌지 않아도 직급은 올라간다. 배송사원 하다가 발탁돼 영업으로 발령난 직원이 첫 출근하면서 ‘넥타이를 매는데 아내가 양말을 신겨줬다’고 자랑해 사무실이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다. 그들의 신념이 아름다운 이유다”

사원복지 시스템도 정평이 났는데.
“전 직원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급한다. 고교까지는 실비 전액 지원하고, 대학은 학기당 200만원씩 지원한다. 직원 자녀 중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왔다. 한 가족이고, 가슴 뿌듯하고 늘 감사하다.

우리 직원들은 10년 근속은 ‘장기’에 못 든다. 20년 근속하면 금 한 냥 ‘감사패’를 주고, 30년 근속하면 1주일 부부동반 동남아 여행, 회갑을 맞은 직원에게는 20일 부부동반 유럽여행을 보낸다.

직원들은 물론 가족들과도 문화행사를 가지려 기회를 만든다. 영화도 보고, 전시회 관람도하고...여기는 직장이고 일터인데, 그리고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교수 얘기로 돌아가면…왜 경영학 공부에 빠졌나.
“주류도매업을 하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종의 열등의식도 있었다. 당시 모 맥주회사는 특히 학력이 좋았는데 그들과 접하면서 배움의 갈증을 느꼈다. 주류도매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작용했다. 그것 때문에 생업을 바꿀 수는 없고, 그렇다면 내가 배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아니 공부가 참 재미있었다. 93년 중앙대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치면서 특히 갈증을 느꼈다. 곧바로 석사과정은 생각 못하고 연구과정 1년을 더한 뒤 석사과정에 들어갔고, 이것이 발단이 됐다. 나이 먹어 큰 맘 먹고 하는 공부라 맨 앞자리 앉아 열심히했다. 재미도 있었고...그런데 석사과정을 전체수석으로 졸업할 줄은 몰랐다. 그 때부터 주변의 기대도 컷다”

특히 부인께서 ‘적극 강요’(?)를 했다는데.
“한번은 가방가게 앞에서 집사람이 ‘저 가방은 당신 박사과정 할 때 갖고 다니면 잘 어울리겠다’며 은근히 압력을 넣었다. 박사는 참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배재대학교와 인연을 맺었고. 거기서 박사하고 경영학 강의만 12년째하고 있다”

경영학 겸임교수로 기록과 일화도 많은데.
“늦게, 어렵게 공부를 해서 그런지 참 강의가 늘 어렵고 새롭다. 강의를 앞두고는 2~3일전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다. 정성으로 준비하고 임해야 젊은학생들에게 ‘양식’을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정성 때문인지 전임강사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겸임교수 조교수로 올랐고(현재는 교수) 배재대가 전국 최초로 설치했던 사이버대학 강의도 맡았었다.
배재대 교수학습지원센터가 선정하는 ‘잊·못·강’(잊지 못할 강의) 부문에 선정돼 내달 수상을 하게 됐다. 지난해 내 강의에 학생들 지원이 가장 많았었다고 들었다.

강의는 박사과정 재학하면서부터 맡았다. 발표로 진행되는 마케팅 수업을 보면서 당시 관광대학장이던 김형순교수가 경영학원론 강의를 해보라고 권해서 했다가 학생들 인기가 너무 좋아 계속하게 됐다“

학생들 반응을 얻는 비결은.
“정성으로 강의준비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실제 현장에서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르치다보면 강의 내용이 실감나고, 일종의 박진감이 더해진다. 경영학의 경우 이런 특성이 강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유명화가 앤디워홀의 작품을 경영학적으로 접근하면 학생들이 경영과 미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 열리는 앤디워홀 전시회 관람도 하고... 우리회사 전 여직원도 문화행사의 하나로 관람을 시켰다. 반응이 아주 좋았다”

경쟁이 치열한 사업을 하면서 대학교수까지 힘든 점은 없나.
“얼핏 다른 일 처럼 보이지만 실제 톡톡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공부하고, 결국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사업 잘하면서 경영학 강의하면 강의 질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주류도매회사 사장이 대학에서 경영학 강의를 한다는 것이 우리업계의 사회적 지위와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 강의 마치고 젊은이들과 ‘밥’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석·박사 마치고, 교수하면서 사업도 훨씬 더 커졌다. 식구도 늘어 70여명이 됐고, 외형도 320억원을 달성했다. 세금도 열심해 내 주류도매회사로는 드물게 모범납세자로 국세청장 표창도 받았다. 공부하고 사업이 같이 갈 수 있는 이유다”

항상 온화한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강 사장은 ‘베풀어라’ 경영을 신념처럼 간직하며 오늘도 직원, 고객, 학생들에게 무엇을 베풀지 궁리하고 실천하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 달 직원 한명이 강 사장에게 보낸 ‘내부문건’(?)을 슬쩍 봤다.

‘사회의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입사해 만삭의 아내와 정말로 어려운 시기를 보낼때 사장님께서 선뜻 손잡아 주시고(전셋집 마련) 경험 없는 저를 믿고 창안(아이디어)을 채택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표창까지 받았다. 무엇보다 정도를 고집하는 것을 보고 미래와 희망을 보았다. 회사를, 사장님을 믿고 혼신을 다해 일 하겠다’는 내용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눈 나리는 날, 외부 손님의 우산을 달려와 받아 주는 용우상사의 저력에는 이유가 있었다.

 


< 한국국세신문 2010. 3. 26 >